입추가 지났는데 지금이 더운 진짜 이유
2026-08-10 기준 정보입니다.

2026년 입추는 8월 7일이었는데, 입추 당일 낮 최고기온은 39도까지 오를 것으로 예보됐습니다. 달력에는 가을이 들어섰다고 적혀 있지만 창밖은 한여름 한복판이고, 삼복더위의 마지막인 말복도 8월 14일이라 아직 남아 있습니다. 가을이 시작됐다는데 왜 지금이 가장 더운지 고개가 갸웃해지죠.
이 어긋남은 입추라는 말이 실제 기온이 떨어지는 날을 뜻한다고 생각할 때 생깁니다. 입추는 계절의 흐름을 태양의 위치로 표시한 천문학적 경계이며, 쌓여 있던 여름 열기가 그날을 기점으로 갑자기 사라진다는 선언은 아닙니다. 달력의 선과 날씨의 변화에는 원래 시차가 있습니다.
태양과 간지를 따로 보는 입추와 말복
입추는 24절기 가운데 열세 번째 절기로, 태양의 황경이 135도에 이르는 시점에 정해집니다. 지구에서 바라본 태양의 길을 15도씩 나누어 계절의 진행을 표시한 것이 24절기이므로, 입추는 해마다 양력 8월 7일이나 8일 무렵에 찾아옵니다. 기온계가 아니라 태양의 위치를 보는 달력입니다.
반면 초복·중복·말복은 24절기가 아니며, 날짜의 천간이 ‘경’인 경일을 기준으로 정합니다. 경일은 10일마다 돌아오고, 하지 뒤 세 번째 경일이 초복, 네 번째 경일이 중복이며 입추 뒤 첫 경일이 말복입니다. 두 달력이 서로 다른 시계를 보고 움직이는 셈이에요.
그래서 입추와 말복의 순서는 고정돼 있지 않으며, 입추가 말복보다 먼저 오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입추 당일이 경일이면 두 날짜가 겹치고, 그렇지 않으면 말복은 입추가 지난 뒤 최대 9일 후에 놓입니다. 2026년에는 8월 7일 입추가 먼저 오고 일주일 뒤인 8월 14일에 말복이 옵니다.
올해는 7월 25일 중복에서 8월 14일 말복까지 20일이 벌어지는 ‘월복’이기도 합니다. 보통 경일 한 차례인 10일 간격보다 삼복의 달력상 구간이 길어져, 말 그대로 복더위를 오래 건너는 모양이 됐습니다. 다만 월복 자체가 폭염을 늘리는 기상 원인은 아니며, 실제 더위의 길이는 그해의 대기와 바다 상태에 달려 있습니다.
하지보다 한 달 반 늦게 오는 더위의 절정
그렇다면 낮이 가장 긴 하지가 왜 가장 덥지 않은지도 궁금해집니다. 하지 무렵에는 햇빛을 받는 시간이 가장 길지만, 땅과 바다는 햇빛을 받은 즉시 최고 온도에 도달하지 않고 여러 날에 걸쳐 열을 저장합니다. 불을 끈 냄비가 한동안 뜨거운 것과 비슷해요.
하지가 지나면 낮은 조금씩 짧아지지만, 한동안은 지표가 낮에 받아들이는 열이 밤과 대기로 내보내는 열보다 많습니다. 하루가 지날 때마다 남는 열이 땅과 바다에 보태지므로, 일조 시간이 이미 줄기 시작했는데도 주변 환경의 온도는 계속 올라갑니다. 저금이 이자보다 많은 동안 통장 잔액이 불어나는 모습과 닮았습니다.
특히 바다는 많은 열을 천천히 받아들이고 천천히 내놓는 성질이 있어 계절의 변화를 늦춥니다. 여름 동안 데워진 바다와 지면은 주변 공기를 계속 덥히고, 여름철의 덥고 습한 공기까지 머물면 기온은 쉽게 꺾이지 않습니다. 태양의 고도가 낮아지기 시작했다는 사실만으로 선선해지지 않는 이유입니다.
열이 들어오는 양보다 빠져나가는 양이 많아지는 시점이 와야 비로소 축적된 열도 줄어듭니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의 더위 절정은 낮이 가장 긴 하지보다 한 달 반가량 늦은 8월 초·중순에 나타나는 경우가 많으며, 입추 무렵이 오히려 한여름의 꼭대기와 겹칩니다. 쉽게 말해 입추는 태양 달력의 가을이고, 공기와 땅과 바다는 아직 여름인 셈이에요.
정리, 가을 표지판 뒤에 남은 여름
입추가 지났는데도 39도에 이르는 더위가 나타나는 것은 절기가 날씨를 잘못 가리켜서가 아닙니다. 입추는 태양의 위치로 정한 계절의 경계이고, 말복은 10일마다 돌아오는 경일로 정하므로 2026년처럼 입추 뒤에 말복이 놓여도 모순이 없습니다. 서로 답하는 질문이 다른 날짜입니다.
여기에 하지 이후 땅과 바다에 계속 쌓인 열이 한 달 반쯤 늦게 절정에 이르는 계절의 시차가 겹칩니다. 올해는 중복과 말복이 20일 벌어진 월복이라 삼복의 달력상 구간도 길게 보이며, 다음 절기인 처서는 8월 23일에 찾아옵니다. 처서 역시 특정한 날에 더위가 반드시 끝난다는 약속은 아니에요.
결국 입추는 에어컨 스위치처럼 여름을 끄는 날이 아니라, 태양의 움직임이 가을 쪽으로 넘어섰음을 알리는 표지판에 가깝습니다. 표지판은 이미 가을을 가리키지만 땅과 바다에 저장된 여름 열은 천천히 빠져나갑니다. 입추 뒤가 가장 덥게 느껴지는 데에는 이 달력의 차이와 자연의 느린 식는 속도가 함께 들어 있습니다.
본 글은 정보 제공을 위한 것이며, 개별 상황에 대한 전문적 조언이 아닙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