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매미가 시끄러운 이유, 열섬과 불빛이 만든 여름밤 합창
2026-08-07 기준 정보입니다.

한밤중인데 창밖 가로수에서는 전동 장비를 켜 놓은 듯한 소리가 끊이지 않고, 매미 한 마리가 잠깐 쉬면 곧 다른 나무에서 합창이 이어집니다. 낮에 우는 곤충이라던 매미가 왜 도시에서는 밤까지 저렇게 시끄러운지 궁금해지는 순간이죠. 답은 도시가 매미에게 건네는 두 가지 신호, 뜨거운 기온과 밝은 빛에 있습니다.
매미 울음은 수컷이 암컷을 부르는 소리이며, 배 쪽의 발음 기관을 빠르게 떨고 몸속 빈 공간에서 증폭해 멀리 퍼뜨립니다. 여러 마리가 가까이 모여 차례로 반응하면 한 마리의 큰 울음이 끊기지 않는 집단 소음으로 바뀝니다. 도시에서는 이 합창단의 수와 공연 시간이 함께 늘어납니다.
27도를 넘긴 도심이 깨우는 말매미
도시의 여름은 같은 시각의 교외나 시골보다 좀처럼 식지 않는데, 아스팔트와 콘크리트가 낮 동안 받은 열을 밤에도 천천히 내놓기 때문입니다. 자동차와 냉방기기, 건물에서 나오는 열까지 보태지면서 도심 중심부의 기온이 주변보다 높아지는 도시 열섬이 생깁니다. 해가 져도 후끈한 이유예요.
특히 도심에서 흔히 들리는 말매미는 기온이 27도를 넘어야 울기 시작하는 종으로 알려져 있으며, 따뜻할수록 배의 발음 근육도 활발하게 움직입니다. 한낮뿐 아니라 저녁에도 이 온도가 유지되는 도시는 말매미에게 울음을 이어 가기 좋은 무대가 됩니다. 더위가 곧 활동 신호인 셈입니다.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 조사에서도 도시 열섬의 영향을 받는 아파트 단지는 열대야 기간의 매미 소음도가 그렇지 않은 기간보다 8~10% 높게 나타났습니다. 반면 녹지가 풍부하고 상대적으로 서늘한 도시공원에서는 열대야가 적었고, 기온 조건에 따른 소음 차이도 뚜렷하지 않았습니다. 같은 도시 안에서도 온도가 소리를 갈라놓습니다.
여기서 27도는 소리의 크기를 단번에 정하는 숫자라기보다, 말매미의 울음 활동을 켜는 온도 조건에 가깝습니다. 밤기온이 그 선 아래로 내려가면 활동이 잦아들지만, 열을 품은 도심에서는 스위치가 늦게까지 꺼지지 않아요. 열대야가 길수록 잠잠해지는 시각도 뒤로 밀립니다.
시골보다 빽빽한 도심 말매미

도시가 유난히 시끄러운 데에는 말매미 한 마리의 음량만큼이나 개체 밀도가 크게 작용합니다. 관련 연구를 소개한 보도에서는 말매미가 많이 분포한 서울 강남과 경기 소도시의 개체 밀도가 최대 16배까지 차이 난 사례도 전해졌습니다. 도심의 합창단 자체가 훨씬 큰 것입니다.
시골에서는 숲과 나무가 넓게 이어져 매미가 여러 방향으로 흩어지지만, 도시는 머물 만한 나무가 가로수와 아파트 조경수처럼 제한된 장소에 모여 있습니다. 말매미가 좋아하는 큰 가로수가 일정한 간격으로 심겨 있고 건물과 도로가 이동을 가르면서, 같은 나무와 좁은 녹지에 개체가 몰립니다. 소리가 한곳에서 겹쳐지는 구조입니다.
높은 기온은 말매미의 활동에 유리한 조건을 만들고, 한정된 가로수는 그 개체들을 사람의 생활 공간 가까이에 밀집시킵니다. 한 마리가 울면 주변 수컷들도 경쟁하듯 뒤따라 울기 때문에, 수가 늘어난 만큼 소리는 단순히 더해지기보다 거대한 한 덩어리처럼 들려요. 아파트 벽과 건물 사이에서 들으면 더 가까운 소음처럼 느껴집니다.
결국 시골에도 매미는 많지만 숲 전체에 퍼져 있고, 도심에서는 큰 소리를 내는 말매미가 주거지 주변의 몇몇 나무에 빽빽하게 모입니다. 우리가 듣는 차이는 매미의 존재 여부보다 어떤 종이 얼마나 가까운 곳에 밀집했느냐에서 생깁니다. 도시의 뜨거움과 녹지 배치가 함께 만든 결과입니다.
밤을 낮으로 바꾸는 가로등과 전광판
말매미와 참매미는 빛의 자극에 반응해 활동하는 주광성 곤충이라, 자연 상태에서는 해가 밝아질 무렵 울기 시작하고 어두워지면 활동을 멈춥니다. 하지만 밤새 켜진 가로등과 상가 간판, 전광판이 나무까지 환하게 비추면 매미는 아직 낮이 이어진 것처럼 받아들입니다. 생체 시계에 잘못된 신호가 들어가는 셈이죠.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이 밝기가 다른 지점을 비교한 결과, 지나치게 밝은 곳에서는 참매미 무리가 밤에도 합창했고 주로 낮에 우는 말매미도 평소보다 3~4시간 더 길게 울었습니다. 보통 저녁 무렵 끝났을 울음이 늦은 밤까지 이어지니, 잠자리에 든 사람에게는 소리가 더욱 두드러집니다. 열은 매미를 활동하게 하고 빛은 낮이 끝나지 않았다고 알립니다.
가로등 하나만으로 모든 매미가 밤새 우는 것은 아니며, 나무 주변의 밝기와 기온, 종과 개체수 같은 조건이 함께 맞아야 울음이 길어집니다. 도심의 열대야와 빛공해가 겹친 곳에서 밤 합창이 유난히 잦은 까닭입니다. 뜨겁고 밝은 아파트 단지가 대표적인 환경입니다.
정리, 도시가 연장한 매미의 낮
도시 매미가 유독 시끄러운 흐름은 간단합니다. 열섬이 밤기온을 말매미가 울기 좋은 27도 이상으로 붙잡고, 제한된 가로수에 시골보다 훨씬 많은 개체가 모인 데다, 가로등과 전광판이 어둠마저 지워 울음 시간을 늘립니다. 수와 시간이 동시에 늘어나는 구조입니다.
한여름 밤의 매미 소리는 자연이 원래 밤낮없이 내는 소리라기보다, 도시의 열과 빛이 매미의 낮을 연장하면서 생긴 합창에 가깝습니다. 다음에 밤늦도록 울음이 들리면 창밖 나무만 보지 말고, 그 주변의 뜨거운 포장도로와 환한 조명도 함께 떠올려 보세요. 도시가 만든 여름밤의 조건이 소리로 되돌아오는 장면입니다.


